제 7 호 부정적인 일기장
부정적인 일기장
정지은 정기자
여러분은 하루의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침대에 눕기 전,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기 쓰기’인데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루틴일 수 있지만, 저는 매년 초마다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 하나, 한 달도 못 가 그만두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신년 맞이 매년 새롭고 예쁜 일기장은 사야 했기에 일기장의 맨 앞 열 페이지 정도 채운 채, 이후로는 쓰지 않게 된 일기장만 다섯 권은 되는 것 같아요. 한 번 글을 쓰면 길게 써야만 한다는,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빠짐없이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 탓이었던 듯해요. 그러던 제가 지금은 8개월이 넘도록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말고, 어차피 나만 보는 내 일기장이니 일단 꾸준히만 적어보자!”라는 게 이 일기장의 시작이었습니다.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야 했던 일기장의 형식을 3분의 1 정도만 채우도록 조절했고, 그날의 감정에 집중하여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니 몇 달 전의 일기 내용을 펼쳐봐도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제 대학생으로서 하루하루의 조각들이 모여 훗날 웃으며 열어볼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니 뿌듯했습니다. 이는 매일 일기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어요. 다만, 감정에 집중해서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그날의 감정을 담다 보니, 부정적인 단어들이 자꾸만 글에 나타난다는 것이었어요.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기록해 두고 싶어서 쓰는 일기였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자꾸만 나타나도 되는 건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1月27日
“ … 내가 맡은 바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건 내가 무언가 버겁다는 게 아닐까. 놓을 건 미련 없이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느낀다. ... 사소한 것에 쉽게 실망하고 싫증이 난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 불안하고 밉기도 하다.”
1월의 제 일기 중 일부입니다. 이때의 저는 뭐가 그렇게 버거웠는지, 할 것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매일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해야 할 건 많은데, 그 순서가 정리가 안 되니,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날에 무작위로 제가 2월 내로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을 일기 마지막 장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20개 정도가 정리되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부터, 제가 속해있는 집단들에서의 역할까지요. 그렇게 정리된 걸 보니 너무도 막막해서 해당 페이지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것들이 한곳에 모인 것 같아 내심 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일기장을 덮고 잠들어버렸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났나요. 여느 때와 같이, 일기를 쓰던 날이었습니다. 문득 적어뒀던 할 일들이 생각나서 마지막 장을 펼쳐보았어요. 해결한 것들을 전부 표시해 보았는데, 남은 일정 두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전부 해결된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의 안정을 느꼈어요. “그냥 잊고 살다 보면 시간이 다 해결해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머리가 복잡할 때는 어차피 하게 될 일들이기에 그저 스트레스받지 말고 받아들이자고 되뇌었습니다. 분명 처음에 쓸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득 가지고 쓰던 글과 한탄이었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뿌듯함으로 한 달을 마무리할 수 있었달까요. 여러분도 혹여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일기장을 펼쳐보심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