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호 My Shelter
My Shelter
송지민 정기자
(닌텐도 ‘동물의 숲’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무인도에서 다양한 동물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힐링 게임입니다. 낚시와 곤충 채집, 그리고 농작물 재배 등을 통하여 돈을 벌 수 있고,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여 집 내부와 섬 전체를 꾸밀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대학 시절 힘이 되었던, 혹은 꾸준하게 찾았던 애착템을 하나만 꼽으라 하면 단연코 ‘동물의 숲’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적 하던 게임이라 처음엔 추억 회상 정도로 생각했지만, 어느새 완전히 빠져들어 작은 화면 안에서 ‘또 다른 나’로 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동물의 숲’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꽤 구체적으로 재현되어 있어요. 이에 더해 마을 주민이 동물이라는 판타지가 어우러져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 즈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외에도 동물들의 귀여운 생김새, 계절별로 바뀌는 콘텐츠, 인터넷을 통한 유저들의 만남 등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동물의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 그 이유가 다를 텐데, 오늘은 제가 그토록 좋아하게 된 몇 가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1. 주민들은 나의 말에 항상 상냥하게 대답해 주어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거의 먼저 말을 걸지 않아 고요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2. 내가 강가나 바닷가에서 낚시를 할 때면, 적당히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하다 마침내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그 때에 해맑게 박수 쳐주는 것.
3. 생일에는 집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케이크와 함께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해주는 것.
4. 내가 농작물과 과수원 농사에 소홀해져도 자기들이 꾸준하게 물을 주며 보살펴주고는 내가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5. 가끔 다가와 나의 새로운 별명을 지었다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자랑하는 것.
6. 다른 주민과 다투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내게 조언을 구하고는 고마움을 담은 편지와 함께 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보내주는 것.
저는 바쁜 일상에 치여 주변인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질 때,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을 때면 ‘동물의 숲’에 접속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한동안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바라는 인간관계의 이상이 녹아 들어있기에 좋아했나 봅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그런 관계들로 가득 차 있는 이 마을이 저에겐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가끔 머리와 마음이 어지러울 때, 여러분을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려주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생각을 비우고 온전한 행복으로만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만약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없거나 저와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계시다면, 조심스럽게 ‘동물의 숲’을 추천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