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0 호 숭대시보 사태로 돌아보는 대학 언론의 방향
지난 10월 27(수)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의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사태가 있었다. 숭대시보 제 1279호 일부 기사를 두고 기자와 주간(숭실대 영어영문 이승복 교수) 간의 이견이 발생했고, 수차례 협의 끝에도 입장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숭실대학교는 본교 신문방송국 규정 제 7조(주간) ‘임명권’에 의거하여 기자 전원을 해임했는데, 이 규정에서는 주간에게 임원직에 대한 임명권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간교수의 일방적인 기자 해임은 대학 언론 통제라는 점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다음 날인 28일(목) 해당 기사의 지면 이동 및 주간 퇴고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며 기자 해임을 철회했고 제1279호가 정상 발행되었다.
이후 숭대시보는 제1281호에 매일경제와의 ‘대학가 위드코로나…숭실대 100% 대면강의” 인터뷰 기사에서 대학본부의 행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을 싣고자 했으나, 숭대시보 주간은 ‘해당 기사가 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발행을 제지했다. 숭실대 학사부총장은 해당 사설에 오류가 있다며 사설을 압수하고 편집국장에게 오류 수정을 요구하였지만 오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어 대학 당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제1982호 숭대시보의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다고 급작스럽게 통보하여 해당 호수 기사는 온라인에만 게재되었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숭대시보는 11월 29일(월) 발행 예정이었던 제1983호를 발행할 수 없어, 2021학년도 2학기 숭대시보를 조기 종간한다는 사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사건발생 후 최종적으로 학내 기자들의 해임은 철회되었지만 종이 신문 배포 중단, 사설 및 기사 사전 검열, 조기 종간 등 숭대시보에 대한 대학 측의 잇따른 언론 탄압 행태에 대내외적인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숭실대 신문사 숭대시보, 숭실대 제62대 총학생회, 서울권대학 언론연합회,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는 12월17일 오전 10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규탄대회에서는 기자 전원 해임 시도, 지속적인 기사 검열 등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언론 자유 및 편집권 보장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현재 숭대시보 기자들은 “정도(正道)에 맞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숭대시보 문제에 대외적 관심이 커지면서 숭실대 측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현재 숭대시보 기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요청하고 있으며, 각 기관들은 학교 측에 자료 제출요구, 민원 사항 확인 등의 절차를 요구하므로 학교 측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숭대시보 강석찬 편집장은 이번 일을 두고 “학보사는 비판과 생존의 함수관계가 굉장히 단순하다. 신랄한 비판은 그만큼의 생존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선택이 아니라 단순히 ‘그래야 했기 때문에’ 한 거다. 그래서 기사화 했고, 사설로 썼다.”며 대학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숭대시보 사태를 통해 돌아볼 수 있는 대학 언론의 존속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언론,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언론은 대중에게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사회를 감시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알리고, 현재의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이다. 대학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시점을 바탕으로 사회의 이슈와 대학 내의 사건을 보도하여 대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이슈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학교와 학생들의 의견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것이 대학 언론의 역할이다. 실제로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는 동안 대학 언론은 사실을 알리고 많은 대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신군부의 언론 탄압이 강화되어 천여 명의 언론인이 해임되고 언론사가 강제로 통폐합되었으며, 보도지침으로 인해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어려워을때, 각 대학교에서는 학보사는 물론이고 교지, 방송 등의 자치 언론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앞장섰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커뮤니티 등이 이러한 대학 언론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면서 대학 언론의 필요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에서 언론이 사라진다면 진실에 대한 가치판단이 어려워지게 된다. 대학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언론이 사라진다면 학생들은 그 출처와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할 때, 혹은 그릇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할 때 여론을 형성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일 역시 어려워진다. 학교에 정당한 요구를 하려면 우선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각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학내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중요한 소식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에 아예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혹은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고 학교 건물에 게시되는 정보들, 학생들이 힘을 모은 대자보나 전단은 그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기 어렵다. 따라서 단순한 사건 보도라는 단일적인 역할을 넘어 교내에 진실을 알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빠르게 공유하는 대학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학 언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학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고 그 필요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을 갖는 것은 대학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언론이 완전히 독립적인 자치기구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할 경우, 학교 측으로부터 발행을 거부당할 수도 있고 심하게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숭대시보 사태 역시 그러하다. 숭대시보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 학교 행정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사를 작성했고, 이로 인해 기자 전원 해임이라는 불이익과 조기 종간이라는 언론 탄압을 받았다. 숭실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숭실대학교는 고등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조선에 ‘진리와 봉사’를 이념으로 내걸고 1897년 10월 10일부터 고등학문을 가르쳐오고 있으며 이후 독립운동에 앞장서며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를 겪는 등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숭실의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숭실대는 ‘이사들과 동문 교직원과 학생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 중이다. 숭대시보 역시 그 뜻에 함께 하기 위해 1919년 4월 4일부터 학교와 학생의 소통을 돕고,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진실의 추구가 이념인 학교에서 평판과 위신을 이유로 학생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묵살했다는 점에서 이번 언론 탄압은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학보사가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대학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비판에 있어 진위여부와 정당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숭실대 역시 이 점을 문제 삼아 ‘사설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기사 발행을 제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오류’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이 남는다.
사실 대학 언론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데에는 대학 언론에도 그 책임이 있다. 이전보다 평화로워 보이는 사회에 어쩌면 대학 언론 역시 안주하거나 잘못을 지적하여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두려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회와 학교의 변화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알고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대학 언론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숭대시보 사태를 보면서 반성할 따름이다. 사회와 학교 상황에 대한 무관심 혹은 안일한 태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거나 대학 언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숭대시보 사태는 대학 언론 본연의 역할과 책임인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새기고, 진실과 정의의 추구를 위해 노력할 때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20호외-06호 상명대학보에서는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국가에서 학생의 역할과 그 영향력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신라의 화랑, 조선의 성균관 유생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함께 했던 학생들,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학생들을 통해 우리는 국가의 위기에 학생들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2022년에도 학생의 힘과 영향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대학 언론은 사회와 학교의 변화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파악하고 전달함으로써 학생들과 연대하고 진실과 정의 추구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
대학 언론의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학생들이 대학 언론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보는 이의 관심이 있어야 대학 언론은 존재할 수 있고 비로소 그 필요성을 다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이 적극적으로 학생들과의 신뢰를 쌓고 그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면 자연스럽게 학생들 역시 대학 언론의 필요성을 실감할 것이다. 사회에서 언론이 없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대학 사회에서도 대학 언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대학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학생들과 학교 간의 의견이 상호 전달될 수 있다. 대학 사회에서 대학 언론이 진실과 정의 추구라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 대학 언론과 학생들이 연대할 때이다.
윤소영, 이은영, 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