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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5 호 기술의 시대를 되돌아보다...2025 서울 미디어시티비엔날레

  • 작성일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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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73
장은정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출처: 서울문화포털)


  올해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개최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2000년 미디어시티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도시와 예술, 미디어의 새로운 관계에 대하여 표현하는 국제 미술 축제이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축제는 문화 예술의 장을 확장하고 있다. 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강령: 영혼의 기술>을 주제로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천에서 개최된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며 관객들에게 예술을 통한 영적 만남과 지각의 확장을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을 다소 어렵게 느꼈던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AI 시대에 영혼을 표현하다


  이번 주제인 <강령: 영혼의 기술>은 AI 시대에 어울리지 않고 비과학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예술감독 팀은 바로 이 점에서 현대 사회의 핵심을 찌른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 디지털 자동화, 알고리즘의 통치 속에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환산하고 분석하여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두고 있는 상황 속에 이번 비엔날레는 그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강령: 영혼의 기술>에서 기술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학적인 단어가 아니다. ‘기술은 자본주의적 근대성이 비합리적이라며 밀어낸 명상, 신비주의, 영적 전통, 주술을 의미한다. 예술가들은 이처럼 차가운 인공지능,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예술감독 팀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던 무렵, 사회 격변기를 겪으면서 일반 대중들이 영적인 실천에 대해서 급격하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에 많은 예술가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 받았고, 지금까지는 사실 그러한 것들이 미친 영향이 대체로 간과 됐지만 이것이 현대 미술의 탄생에도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 당시에 일어났던 영적인 혁명이 남긴 영향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느껴지고 있고, 이번 전시는 그 시기에 남겨진 유산들을 동시대의 문화와 연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다."라고 밝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 초대된 여러 작품은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기 위해 죽음과 상실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통로를 제시하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체계 밖에 감추어진 세계를 조명한다. 모쪼록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오래된 예술, 믿음과 지식의 체계를 의심하고, 현재 우리 영혼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기술을 발견해 보길 희망한다.”라고 인터뷰하였다.


  비엔날레는 영혼이 정말 존재하는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논리로는 다 볼 수 없는 집단적 트라우마, 시대적 상처를 예술이라는 영혼의 기술로 마주하고 치유하려는 시도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비물질적이고 인간적인 영혼에 주목하여 예술로 이야기한다.


어둠에서 탄생하는 빛

서울시립미술관 내부 (사진: 변의정 기자)


이번 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인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부 공간 구성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전시가 시작되는 1층 입구부터 계단을 거쳐 3층까지 검은 천이 둘러져 있다. 전시를 위해 공간을 나눈 이유는 검은 천이 전시장 내부와 외부 경계를 설정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빛이 쏟아지는 하얀 전시장에서 영화관처럼 어두운 블랙큐브로 입장하게 되며, 이는 작품에 대한 공간적인 집중도를 극대화한다


수잔 트라이스터의 헥센 5.0, 2023-2025 (사진: 변의정 기자)


  전시는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1(1~4), 2(5~6), 3(7~8)을 따라 이어진다. 어두운 공간의 특성상 작품 디스플레이에서 빛의 사용이 두드러졌고, 특히 영상 작품의 비중이 높았다. 또한 1층 전시장 중앙에는 수잔 트라이스터의 헥센 5.0이 긴 탁자에 설치되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타로카드를 수채화로 채색한 모습에 친숙함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타로카드 안에 새겨진 그림들은 동시대적인 사회문제를 나타낸다. AI와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기술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늘어나는 현재를 나타내 한 편의 블랙코미디같이 표현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이승택, 백남준, 요셉 보이스와 같이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이번 비엔날레에 전시되어기존의 미술사 속 맥락을 벗어나 신비주의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안민정의 육인가족도(六人家族圖): 어머니는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

그동안 키우신 알로에를 나누어 주셨다, 2007 (사진: 변의정 기자)


  전시에서는 무속, 우주, 영적 세계, 신비주의와 같은 큰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안민정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의 관습이나 치유를 개인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수학 공식과 주석이 가득한 도표나 다이어그램처럼 보이는 작품은 소프트웨어 설명서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요소들은 심리, 감정, 치유의 기능에 있어서는 역설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손과 치유의 바람에 관한 연구; 어머니 손 사용 설명서(2013/2025) 또한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속담처럼 어머니의 손길이 갖는 치유의 힘을 분석하고 도식화한 작품으로, 한국의 오랜 관습을 기술적 매뉴얼의 형태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기술의 또 다른 면


  전시의 6장 테크네는 고대 그리스어로 현실을 재구성하기 위한 도구의 사용, 또는 일상생활에 지식 체계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대 그리스어에서 테크네는 ʻ예술또는 ʻ공예를 의미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제안은 영적 수행 역시 테크네, 즉 기술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시는 비과학적이라고 치부되었던 영적인 영역과 예술적 실천을 현대의 기술과 동등한 차원에서 재해석하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안적 삶의 자세와 치유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변의정 기자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