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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소설 심사평]

  • 작성일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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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330
송수연

이한정 교수 (일본어권지역학전공)


 14편의 소설 응모작을 읽었다. 작품들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만남과 헤어짐, 기억과 망각, 진실과 거짓, 말기의 삶, 현실과의 괴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한두 편을 제외하고는 문장도 가지런히 다듬어진 글들이어서 읽는 즐거움이 더했다. 어느 작품을 꼽아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선 「T or F」, 가작 「사우다드」, 입선 「붉은 도료」를 선정했다. 


 「T or F」는 AI와 인간의 문제를 ‘인격 복제’인 ‘지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다루면서 엄마가 ‘지우’와 함께 시댁에 가는 장면은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도전하기 어려운 소재에 여러 에피소드로 담고 있어서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내용인데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우다드(Saudade)」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기 않기 위한 아름다운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포르투갈 여행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비현실적 공간을 설정해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붉은 도료」는 다소 가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이는 문장이 이어지면서도 인물들이 살아있었다. 한 예술가의 죽음을 세 인물 화자로 비추지만 결국 예술가의 마음은 알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말미의 사족이 다소 안타까웠으나 입선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당선에 넣지 못해 여운이 남는 「흑백 도시」는 글이 수려했다. 다만 예정된 결말로 가는 내용이 시작의 기대감을 식게 했다. 응모작의 여러 작품이 이야기의 평이함에 머물러 있었다. 인물과 묘사의 입체감도 덜했다. 그러나 응모작은 모두 소설 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한껏 보여주었다. 선정의 당락 여부가 응모자에게 일희일비로 다가가지 않고 한 발 더 내딛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