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동력
- 작성자 최에스더 (2021 입학)
- 작성일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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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왜 바닥에서 자고 있어.”
“아, 나 과제 끝내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그래.”
입학의 설렘도 잠시, 폭풍 같았던 과제와 시험으로 첫 학기를 마무리한 신입생입니다. 비록 과제를 제때 하겠다느니, 영어 마스터가 되겠다느니 하던 바람들은 무산이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찾아온 휴식이 더욱 달콤한 듯합니다. 오전 수업 없는 하루를 만끽하려 일부러 늦은 새벽에 잠을 청하고 오후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시원한 보리차 한 잔으로 잠을 깨니 그제야 제 방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책과 옷가지, 프린트물, 어제 마신 커피까지. 방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까지 어지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바탕화면마저도 파일들로 가득 차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었죠. 한숨을 크게 푹 쉬고 방을 치우던 중 책장에 아무렇게나 박혀있던 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바닥에 앉아 훑어보다 생활기록부 속 당차고 열정적이었던 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교육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없었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던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나눠준 설문지 장래희망 칸에 그저 우연히 선생님을 적어 넣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너 참 똘똘하니 선생님 잘하겠다.’는 반응이 좋았기 때문일까요. 그날부로 제 진로희망란은 언제나 선생님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중학교 2학년, 문득 선생님이 정말 제가 선택한 꿈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비로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국제 환경단체의 통역사가 되겠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시나요. 그렇게 진로 문제로 혼자와의 사투를 벌이며 중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마쳤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은 제가 무얼 좋아하는지 알아차리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날 신입생들은 반별로 줄을 맞춰 강당으로 들어섰고 왼쪽에는 2학년 학생들이, 오른쪽에는 3학년 학생들이 앉아 1학년의 입장이 끝날 동안 환호와 박수갈채로 환영해주었습니다. 그 사이를 가로질러 들어가며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그 박수 속에서 학생들의 풋풋함과 열정 그리고 학교를 사랑하는 모습을 느꼈고 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일까요. 다양한 동아리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학교 안에서 저마다의 꿈을 펼치는 학생들을 보며 교육이라는 분야에 더욱 빠져들었고 그 찰나의 감정들이 저를 이곳까지 이끌었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학과에 입학하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처음 방문하던 날, 설렘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묵혀둔 10년은 더 된 디지털카메라까지 꺼내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반의 반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활이지만 제가 상상하던 것보다도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수능 준비를 할 때는 그렇게나 하기 싫었던 공부였는데 제가 원하는 강의를 들으니 자연스레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공수업에서 교육행정을 주제로 조별 과제를 준비하면서 강의에서 습득한 이론들을 제 시선에서 재구성하고 교사와 행정업무라는 실제에 적용해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며칠 밤을 새우고 발표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 맛본 성취감의 짜릿함은 앞으로의 제 삶을 이끌 또 다른 찰나가 될 것입니다. 또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의보다도 긴 시간을 통학하여 참석한 열정적인 동기들, 과방에 모여 공부하시던 선배들의 모습까지 교육학과에서의 네 달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곳에서 국어교사이자 청소년 상담가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청즉진, 시즉기, 위즉각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교육을 통해 배움과 움직임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교육학과라는 공간이 제가 소망하는 미래를 만들어줄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